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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04 My Mad Fat Diary 시즌 1 : 살아갈 용기를 준 드라마




시즌 2까지 제작, 방영되었던 영국 드라마 My mad fat diary


현재 영국에서 시즌 3 방송 예정이라고 한다. 만세!



나는 아직 시즌 1만 봤다. 시즌 2는 나중에 볼 예정 ㅠㅠ


My Mad Fat Diary는 1996년 영국의 교외마을을 배경으로, 자살시도로 mental clinic에 6개월 정도 입원했었던 16세 레이가 겪어나가는 사건들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중간중간에 삽입된 블러나 오아시스 등 그 시대의 유명했던 락 밴드의 노래가 시기 적절하게 흘러나와 향수를 자극한다.


레이는 고도비만으로 자신 스스로를 혐오하고 싫어하는, 자존감이 매우 낮은 소녀다.


드라마에서 레이(Rae)는 스스로를 뚱뚱하고, 못 생겼다고 묘사한다.








또 레이는 자기 스스로가 normal하지 못한, 비 정상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남들이 자신의 'freakness' 'abnormality'를 알아챌까봐 늘 전전긍긍하는 캐릭터다.


남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 자신 스스로만 알고 있는 자신의 어떤 부정적인 일면이 알려질까봐 두려워하는 것은 영국이나 우리나라나 크게 다를 바 없구나 싶었다. 10대 특유의 민감한 감성과 정립되지 못한 자아, 스스로를 확신하지 못하고 타인의 관계에서 나를 찾으려고 하는 방황이 잘 표현되어 있다.



레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아버지 역시 레이의 존재를 알지도 못한다. 레이는 간호사인 엄마와 쭉 살아왔는데 최근 엄마는 벌써 몇 번째인 남자친구 불법체류자 카림과 몰래 집에서 동거하며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리 화목하거나 부유하지 않은 가정 환경에서 레이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폭식을 해왔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


뚱뚱하고 못 생겨서 소위 '잘 나가지' 못하는 자신이 싫고, 아직까지 변변한 남자친구 하나 없이 속으로만 야한 상상을 하는 것도 지겹다. 반면 엄마는 집에서 카림과 시도 때도 없이 물고 빨며 거리낌없이 사랑을 나누니 레이는 가뜩이나 좁아터진 집이 너무나도 지긋지긋하다.


엄마가 병원에서 퇴원한 레이를 데리고 오는 중, 레이는 어렸을 적 친구인 클로이와 도로에서 마주친다. 자신과 달리 클로이는 집도 부유하고 몸매, 얼굴도 예쁜데다 잘 나가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늘 즐겁게 살아가는 것 같은 캐릭터.






왼쪽에서 두번째 여자가 클로이.



이 애들은 클로이와 함께 어울리고 있는 gang들이다. 뭐 갱이라고 해서 와썹맨 브로~ 이러면서 총 들고 설치는 양아치들은 아니고 ㅋㅋㅋ 그냥 우리나라로 치면 일진? 좀 잘 나가는 애들?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클로이의 초대를 받은 레이는 자신을 반기지 않는 갱들의 파티에 가서 이들과 서서히 어울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레이는 늘 불안하고 두렵다. 겨우 친해진 갱들이 자신의 '비정상'적인 일면을 발견하고 자신을 멀리할까봐, 자기가 또 다시 찌질하고 못생겼으며 '쿨 하지 못한' 재미없는 애가 될까 늘 전전긍긍한다.


레이는 병동에서 퇴원은 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치료를 받는데, 각기 다른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병동의 친구들과도 여전히 우정을 지속한다. 하지만 한 번도 누려보지 못했던 달콤한 생활 속에서 레이는 자신의 균형을 잃어간다.


이 드라마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한 번쯤 보면 좋을 작품이다. 레이가 닥터와 상담하며, 자신을 혐오하는 자존감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크게 와닿을 부분이 많다.






이 드라마는 워낙 유명해서 자세한 리뷰는 이미 많은 블로그에서 다뤘을 것이다. 내가 오늘 이 포스팅을 작성한 이유는 사실 특정 장면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다.


새로 얻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그들에게 인정받으면서 레이의 삶은 볕이 든 것 같았다. 하지만 일이 잘 안 되려면 계속해서 꼬인다고 하던가, 새 희망을 찾아가는 것 같던 레이에게 잇단 불행이 닥친다.


정확히 말하면 일방적인 운명의 장난은 아니다. 어찌 되었든 레이의 행동으로 자초된 결과들이니까. 재수없게 상황이 엮이고 엮여 꼬였을 뿐.


레이는 엄마와 다투고 집을 나와 핀의 집에서 묵었다. 카림과 결혼할 거라는 엄마에게 예쁜 드레스를 사달라고 하지만, 드레스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엄마와 이미 다툰 상태였다. 거기에 카림이 레이를 보여주려고 마당 새장에 새를 가둬놨는데, 레이는 그 새의 처지가 날지 못하는 자신과 같다고 생각하여 밤에 충동적으로 새를 풀어줬다.


하지만 관상용 새는 나는 법을 모른다. 결국 새는 멀리 날지 못하고 여기저기에 부딪쳐 피투성이로 죽게 되고 카림은 크게 상심한다. 이는 결코 레이의 의도가 아니었지만, 이에 화가 난 엄마와 말다툼을 하다 서로 못할 소리를 하고 엄마에게 뺨까지 얻어맞는다. 결국 레이는 집을 뛰쳐나와 핀의 집에서 묵고, 엄마가 허락해주지 않았지만 핀과 밤샘 레이브 파티에 가서 놀다 오기로 한다.


레이와 달리 아직 거식증과 대인기피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병동에 입원해 있는 절친 틱스. 틱스가 유일하게 용기를 내어 레이와 정찬을 먹으려 하지만, 레이는 틱스와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핀과 밤샘 레이브 파티에 가고 만다. 틱스는 결국 저녁을 먹지 못하고, 탈진할 때까지 운동을 하다 심박정지로 코마 상태에 빠져 응급실로 실려간다.


사실 틱스가 심정지에 빠진 것은 엄연히 말하면 레이의 책임은 아니다. 틱스는 심각한 거식증과 운동중독을 앓아왔고,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영양제를 먹지 않고 늘 변기에 흘려 버렸던 것이다. 하필 상황이 좋지 않게 겹친 것 뿐이지만, 레이는 죄책감을 떨칠 수 없다.


거기에 레이는 식당에 두고 왔던 자신의 일기를 본 클로이와 크게 다투고 절교선언을 듣게 된다. 게다가 갱들은 먼저 자신과 친구였으니 넌 앞으로 갱들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이야기마저 듣는다.


사실 레이는 갱의 일원인 핀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뚱뚱하고 못생긴 자신에 대한 비하감으로 핀에게 그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생긴 아기를 낙태까지 했던 클로이가 핀과 사귈 거라는 이야기를 떠들어대고 레이브 파티에서 클로이와 핀이 키스까지 하니,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속마음을 (클로이에 대한 욕과 핀에 대한 성적 욕구 등ㅋㅋ) 모조리 일기에 솔직하게 적었던 것이다. 클로이는 그 일기를 읽고 레이에 대한 배신감을 느껴 절교 선언을 한 것.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레이는 꼭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 비밀까지 일기에 적었던 것이다.


레이가 처음 사랑에 빠질 뻔했던 아치는, 게이다. 아치가 자신의 혼란스러운 성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레이를 이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레이는 큰 수치심을 느끼지만 아치의 진심어린 사과로 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아치의 성 정체성을 아는 것도 오직 레이뿐이다.


레이는 상담을 하는 닥터의 권유로, 자신의 모든 시시콜콜한 일과 감정을 솔직하게 적은 일기를 적고 있는데 거기에는 당연히 아치의 이야기도 들어있었다.


레이는 자신이 처음으로 '정상'이고 나름 쿨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줬던 소중한 친구들 갱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는 충격에 더해, 아치의 '게이'라는 비밀이 까발려질까 공포에 빠진다. 자신의 실수로, 아치가 아웃팅 당할 거라는 생각이 레이를 미치도록 괴롭게 만든다.



이 모든 최악의 상황이 엉망으로 맞물려 레이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 레이는 클로이의 절교 선언을 듣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의 일기를 들춰보는데, 화면이 교차되며 레이가 처음 자살 시도를 했던 때로 돌아간다. 레이는 의식을 잃은 채 응급실에 실려가는 자신을 바라본다. 황망하게 따라가는 엄마와 보폭을 맞추며, 닫히는 응급실 문 유리창으로 자기 자신을 본다.


레이는 자신이 모든 것을 망쳤고, 그건 엄마의 책임이 아니었다며 독백한다. 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자신이 얼마나 노력하든 항상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돼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언제나 사람들을 실망시킬 거라고 생각했다.


레이는 자살을 목적으로 다리 위로 건너간다. 이전의 자살 시도 후, 레이는 죽도록 노력했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레이를 일희일비하게 만드는 것은 주변의 상황이다. 레이를 쿨하고 재미있는 애로 만든 것도 주변 친구의 반응이고, 레이를 이토록 비참하고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게 만드는 것도 주변 사람들과 멀어질 것이라는 공포심이다. 레이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니, 주변의 상황이 레이를 천국으로 데려갔다 지옥으로 거꾸러트리는 것이다.


투신 자살을 위해, 다리 위 차도를 건너가던 중 레이는 차에 치이고 만다. 찰나인지 아니면 아주  길고 길었을 지 모를 시간 동안에, 레이는 자신이 죽은 후의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이게 자신의 상상인지 실제 미래 모습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레이는 자신을 너무나도 그리워하다 황폐해지는 주변 친구들을 본다. 모두가 레이의 죽음으로 불행해져 있었다.


레이는 네가 눈을 떠야만 하는 이유라며 자신을 설득하는 틱스에 말에 따라, 마침내 눈을 뜬다. 하지만 틱스의 말과 달리 레이는 병실에 누워있지 않았고, 사실은 불과 몇 초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다. 레이는 차에 치인 후 잠시 정신을 잃었다 도로에서 다시 눈을 뜬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ㅋㅋㅋ


레이를 차로 친 사람은 평소 레이를 괴롭히는 bully 중 한 명이었는데, 너무 놀라고 미안해하는 불리와 대화하면서 레이는 사실 얘도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불리는 너 다리 위에서 뭐 하려고 그러고 있었냐며, 레이의 자살 시도를 눈치채고 보호자를 부를 때까지 절대 못 보낸다고 버틴다. 하지만 레이에게는 연락할 사람이 없다. 친구들에게서 절교당했고, 엄마와는 심하게 다퉜고, 틱스는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레이는 이 때 자신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사람을 떠올린다. 자신과 상담하며 늘 진심으로 대해줬던 닥터 길을.





레이는 사실 이 전에 닥터 길과도 크게 싸웠던 상황이었지만, 용기를 내 상담센터를 찾아간다. 하지만 닥터 길이 휴직했다는 말을 듣는다. 혹시 레이가 찾아올까 자신의 집 주소를 남겨놓은 닥터 길의 쪽지를 보고, 레이는 닥터 길의 집으로 찾아가게 된다.


거기서 레이는 항상 객관적이고 잘난 입장- 신과 같은 위치라 생각했던 닥터 길 역시, 자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자신과 다투고, 틱스의 혼수상태를 겪으며 좌절감과 자기 분노에 닥터 길은 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집은 어떤가. 아내와 이혼한 후 전 재산을 위자료로 털어주고, 싸구려 와인 랙을 조립하느라 고생고생하다 집어 던지고 마는, 평범한 남자에 불과하다. 집안 꼴은 엉망이다. 레토르트 식품 용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집안은 황량하기 그지 없다.


이 집에서 레이는 마침내 마음을 열고 닥터 길과 마주한다. 아니,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혐오하고 증오했지만, 실은 누구보다도 사랑받고 싶었고 위로받고 싶었던 레이 자신을.



MMFD에서 화룡점정인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마지막 화인 6화를 선정할 것이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받아 들이든, 그건 나에게 최우선이 될 수 없다는 것. 지금 이 모습의 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꺼져 버리라고.


레이와 닥터 길의 대화 장면을 보면서,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사실 리뷰를 쓰는 지금도 울컥해서 쓰기가 힘들다.


닥터 길과의 진솔한 대화 후, 닥터 길의 권유에 따라 레이는 엄마가 사준 드레스로 갈아입고 엄마와 카림의 결혼식장으로 향한다. 레이를 태워다 준 것은 닥터 길. 닥터는 끝까지 레이를 응원하고, 뒤에서 지지해준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닥터 길과 같은 멘토의 존재였다. 나는 우울하거나 충동적인 느낌에 빠질 때 내 머릿속에서 셀프 심리상담을 진행하곤 한다.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왜 내가 기분이 나빴을까?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굴었을까? 네가 한 행동이 옳은 것일까?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계속 고민한다. 때로는 나 자신을 위로해주고 감싸 안아주면서.

 

하지만 가끔은 나도 나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나를 위로하고 도와줬으면 하고 간절히 바랄 때가 있다. 나에게도 닥터 길과 같은 멘토가 있다면. 흔들리고 넘어질 때마다 일으켜 줄 사람을 원했다.


 

결혼식장에서 클로이는 레이를 끌고 가 갱들에게서 멀어지라고 한다. 쟤들은 원래 내 친구였으니 네가 나가는 게 맞다면서.


하지만 엄마와 카림의 결혼 주례 후, 혹시 누구 하고 싶은 말 없냐는 엄마의 말에 레이는 마이크를 잡는다. 거기에서 레이는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자해를 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일, 주기적으로 뜨거운 물로 몸을 지지며 자신의 몸을 학대했던 일...... 누군가가 발견할까봐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했고, 전전긍긍했던 자신의 '비정상적인' 약점을 스스로 고백한다. 일기를 쓴다는 것 역시. 친구들이나 멋진 남자에 대한 상상을 적지만, 거기에 적힌 충동적인 말이 모두 진심은 아니라는 말을 덧붙이며, 클로이에 대한 사과도 곁들인다.


그리고 레이의 이러한 솔직한 자기대면과 고백은,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불러 일으킨다. 레이는 엄마의 진심을 알게 되고 엄마와 화해한다. 클로이에게서 내가 한 말은 사실 진심이 아니었다는 말과 함께 다시 화해를 하고, 사실 클로이가 아치에 대해서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클로이는 핀을 노리는 클로이를 나쁘게 묘사한 부분 때문에 화가 났던 것이다. 그리고 클로이는 핀에게 관심이 없다며, 핀과 레이와 관계를 응원해준다.


레이가 모두와 화해하고 밤 거리를 걸을 때, 오아시스의 champagne supernova가 흘러나온다.  





개인적으로 오아시스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특히 이 에피소드에서 흘러나온 샴페인 슈퍼노바는 정말 감동이었다.


거리에서 레이는 핀과 마주치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며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핀과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모두 즐겁기만 하고 쿨해보이지만 사실은 각자의 문제에서 늘 고민하고 방황한다는 것도. 혼란스러워 하며 '비정상적인' 일면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은 레이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레이는 깨닫는다. 

 

그리고 이제는 새 아빠가 된 카림과 다시 새를 키우며 서로를 받아들이고, 엄마와도 사이좋은 모녀 사이로 아침을 맞이한다.


틱스는 아직도 깨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레이는 틱스를 기다릴 준비가 되어있다.


상담실에서 닥터 길과 마주한 레이가 자신이 다 나았냐고 묻자, 닥터 길은 "넌 치료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 레이는 자신이 싫어하는 부분까지 용기있게 마주 한 그 순간부터,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서야 진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걸어갈 준비를 마친 것이다.


 


비록 6화라는 짧은 분량의 드라마였지만, 보는 내내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만큼 내게 많은 용기를 줬고.


가끔 내 삶에서도 레이처럼 최악의 상황이 몰아서 닥치는 때가 있다.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할 때도 종종 있었다. 사실 요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고는 한다. 하지만 그 때마다 나는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의 레이를 생각했다. 레이가 엉망으로 꼬인 상황에 절망을 느끼고 자신의 죽음으로 이 현실에서 도망치려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실 알고 보니 그 상황은 생각했던 것만큼 절망적인 것이 아니었다.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꼬였다고 믿었지만 의외로 그 엉킨 실을 푸는 해답은 가까이에 있었고, 진심을 다하든 아니면 내 갈길을 가든 상황은 각기의 방식으로 해결되게 되어 있다.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찾고, 한 발짝만 뒤로 물러나서 차분히 생각해 보기. 정 안 돼도 시간이 흐르면 예상 외의 돌파구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믿는다.


내게 살아갈 용기를 준 드라마,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와 주인공 레이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감싸안아주며 용기를 줬던 닥터 길에게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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