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MC들은 나는 오버에서 아이돌처럼 큰 돈을 벌지는 못해도,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을 힙합으로서 전한다는 힙합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힙부심, 언더부심이라며 비웃는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MC 내퍼로 활동하며 스스로가 힙합 MC라고 자처하던 이비아에게, 기존의 힙합씬 뮤지션들이 배신감을 느낀 것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비아는 그들에게 일종의 변절자였을테니까. 돈 벌고 뜨기 위해 19금 컨셉으로 여성성을 강조하고 야한 화보를 찍으며 19금 가사로 랩하는 그녀가, 그들이 비판하던 섹시컨셉 아이돌과 무엇이 달랐겠는가?
대중에게 이비아는 래퍼였을지 몰라도, 힙합을 한다 자부하는 뮤지션들과 매니아 사이에서 이비아는 메이저에서 성공하기 위해 힙합 뮤지션의 자존심을 저버린, '사이비 힙합인'이었다. 소속사의 이미지 메이킹, 컨셉 메이킹이 어찌되었든 이비아 스스로 원해서 활동을 했으니까.
화보에서도 볼 수 있듯 당시 소속사는 이비아의 이미지를 소녀 + 19금 컨셉으로 잡고 홍보했으며 공중파 무대에도 출연하는 듯 적지 않은 성공을 거뒀었다. 또 속사포 같은 랩으로 여자 아웃사이더, 여자 에미넴이라는 타이틀로 인지도를 높이기도 했다.
졸리브이는 이러한 이비아의 음악성과 이미지를 정면으로 공격하며 네가 그러고도 힙합 여성 MC냐 디스했다. 이비아의 노골적인 19금 가사와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 이미지를 팔아 음악을 하면서, 너가 과연 힙합퍼라고 자부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었다.
타이미는 이비아로 활동할 당시의 소속사와 갈등을 빚으며 법정 공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도 이비아 당시 소속사 사장이었던 김디지와 좋지 않은 사이며, 타이미가 이비아 시절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타이미가 먼저 광역 도발을 해서 졸리브이의 도전(디스)을 받았다는 사실은 차치해두고서라도, 어찌되었든 타이미는 이비아로 활동하며 음반을 냈으며 대중에 이비아로서 이미지를 만들었다.
연예인에게 이미지란 그 사람의 페르소나와 같으며, 본인의 본래 성격이 어떻고 인성이 어떻든 그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사람이다. 자신의 이미지로 광고를 따내고 작품을 하며 인지도를 만든다.
뮤지션도 마찬가지다. 뮤지션은 음악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그 뮤지션의 인성이 실제로는 어떻든, 그 사람이 만든 음악이 곧 뮤지션을 대변하며 본인이 활동하며 만든 이미지가 뮤지션의 얼굴인 것이다.
때문에 타이미가 힙합씬에서 MC라 자처하는 이상, 자신의 이비아로서의 과거는 본인의 음악세계를 드러내는 일면이며 본인이 안고가야 하는 이미지인 것이다.
자신의 과거가 부끄럽고 아프다고 해서, 음악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프로 힙합 뮤지션인 이상 그 과거를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 공격이 부당하다면 프로 래퍼답게 역시 랩으로 승부하면 되는 일이다. 그 과거와 비판받는 음악성은 어찌 되었든 본인 스스로가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