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까지 제작, 방영되었던 영국 드라마 My mad fat diary


현재 영국에서 시즌 3 방송 예정이라고 한다. 만세!



나는 아직 시즌 1만 봤다. 시즌 2는 나중에 볼 예정 ㅠㅠ


My Mad Fat Diary는 1996년 영국의 교외마을을 배경으로, 자살시도로 mental clinic에 6개월 정도 입원했었던 16세 레이가 겪어나가는 사건들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중간중간에 삽입된 블러나 오아시스 등 그 시대의 유명했던 락 밴드의 노래가 시기 적절하게 흘러나와 향수를 자극한다.


레이는 고도비만으로 자신 스스로를 혐오하고 싫어하는, 자존감이 매우 낮은 소녀다.


드라마에서 레이(Rae)는 스스로를 뚱뚱하고, 못 생겼다고 묘사한다.








또 레이는 자기 스스로가 normal하지 못한, 비 정상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남들이 자신의 'freakness' 'abnormality'를 알아챌까봐 늘 전전긍긍하는 캐릭터다.


남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 자신 스스로만 알고 있는 자신의 어떤 부정적인 일면이 알려질까봐 두려워하는 것은 영국이나 우리나라나 크게 다를 바 없구나 싶었다. 10대 특유의 민감한 감성과 정립되지 못한 자아, 스스로를 확신하지 못하고 타인의 관계에서 나를 찾으려고 하는 방황이 잘 표현되어 있다.



레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아버지 역시 레이의 존재를 알지도 못한다. 레이는 간호사인 엄마와 쭉 살아왔는데 최근 엄마는 벌써 몇 번째인 남자친구 불법체류자 카림과 몰래 집에서 동거하며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리 화목하거나 부유하지 않은 가정 환경에서 레이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폭식을 해왔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


뚱뚱하고 못 생겨서 소위 '잘 나가지' 못하는 자신이 싫고, 아직까지 변변한 남자친구 하나 없이 속으로만 야한 상상을 하는 것도 지겹다. 반면 엄마는 집에서 카림과 시도 때도 없이 물고 빨며 거리낌없이 사랑을 나누니 레이는 가뜩이나 좁아터진 집이 너무나도 지긋지긋하다.


엄마가 병원에서 퇴원한 레이를 데리고 오는 중, 레이는 어렸을 적 친구인 클로이와 도로에서 마주친다. 자신과 달리 클로이는 집도 부유하고 몸매, 얼굴도 예쁜데다 잘 나가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늘 즐겁게 살아가는 것 같은 캐릭터.






왼쪽에서 두번째 여자가 클로이.



이 애들은 클로이와 함께 어울리고 있는 gang들이다. 뭐 갱이라고 해서 와썹맨 브로~ 이러면서 총 들고 설치는 양아치들은 아니고 ㅋㅋㅋ 그냥 우리나라로 치면 일진? 좀 잘 나가는 애들?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클로이의 초대를 받은 레이는 자신을 반기지 않는 갱들의 파티에 가서 이들과 서서히 어울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레이는 늘 불안하고 두렵다. 겨우 친해진 갱들이 자신의 '비정상'적인 일면을 발견하고 자신을 멀리할까봐, 자기가 또 다시 찌질하고 못생겼으며 '쿨 하지 못한' 재미없는 애가 될까 늘 전전긍긍한다.


레이는 병동에서 퇴원은 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치료를 받는데, 각기 다른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병동의 친구들과도 여전히 우정을 지속한다. 하지만 한 번도 누려보지 못했던 달콤한 생활 속에서 레이는 자신의 균형을 잃어간다.


이 드라마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한 번쯤 보면 좋을 작품이다. 레이가 닥터와 상담하며, 자신을 혐오하는 자존감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크게 와닿을 부분이 많다.






이 드라마는 워낙 유명해서 자세한 리뷰는 이미 많은 블로그에서 다뤘을 것이다. 내가 오늘 이 포스팅을 작성한 이유는 사실 특정 장면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다.


새로 얻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그들에게 인정받으면서 레이의 삶은 볕이 든 것 같았다. 하지만 일이 잘 안 되려면 계속해서 꼬인다고 하던가, 새 희망을 찾아가는 것 같던 레이에게 잇단 불행이 닥친다.


정확히 말하면 일방적인 운명의 장난은 아니다. 어찌 되었든 레이의 행동으로 자초된 결과들이니까. 재수없게 상황이 엮이고 엮여 꼬였을 뿐.


레이는 엄마와 다투고 집을 나와 핀의 집에서 묵었다. 카림과 결혼할 거라는 엄마에게 예쁜 드레스를 사달라고 하지만, 드레스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엄마와 이미 다툰 상태였다. 거기에 카림이 레이를 보여주려고 마당 새장에 새를 가둬놨는데, 레이는 그 새의 처지가 날지 못하는 자신과 같다고 생각하여 밤에 충동적으로 새를 풀어줬다.


하지만 관상용 새는 나는 법을 모른다. 결국 새는 멀리 날지 못하고 여기저기에 부딪쳐 피투성이로 죽게 되고 카림은 크게 상심한다. 이는 결코 레이의 의도가 아니었지만, 이에 화가 난 엄마와 말다툼을 하다 서로 못할 소리를 하고 엄마에게 뺨까지 얻어맞는다. 결국 레이는 집을 뛰쳐나와 핀의 집에서 묵고, 엄마가 허락해주지 않았지만 핀과 밤샘 레이브 파티에 가서 놀다 오기로 한다.


레이와 달리 아직 거식증과 대인기피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병동에 입원해 있는 절친 틱스. 틱스가 유일하게 용기를 내어 레이와 정찬을 먹으려 하지만, 레이는 틱스와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핀과 밤샘 레이브 파티에 가고 만다. 틱스는 결국 저녁을 먹지 못하고, 탈진할 때까지 운동을 하다 심박정지로 코마 상태에 빠져 응급실로 실려간다.


사실 틱스가 심정지에 빠진 것은 엄연히 말하면 레이의 책임은 아니다. 틱스는 심각한 거식증과 운동중독을 앓아왔고,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영양제를 먹지 않고 늘 변기에 흘려 버렸던 것이다. 하필 상황이 좋지 않게 겹친 것 뿐이지만, 레이는 죄책감을 떨칠 수 없다.


거기에 레이는 식당에 두고 왔던 자신의 일기를 본 클로이와 크게 다투고 절교선언을 듣게 된다. 게다가 갱들은 먼저 자신과 친구였으니 넌 앞으로 갱들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이야기마저 듣는다.


사실 레이는 갱의 일원인 핀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뚱뚱하고 못생긴 자신에 대한 비하감으로 핀에게 그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생긴 아기를 낙태까지 했던 클로이가 핀과 사귈 거라는 이야기를 떠들어대고 레이브 파티에서 클로이와 핀이 키스까지 하니,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속마음을 (클로이에 대한 욕과 핀에 대한 성적 욕구 등ㅋㅋ) 모조리 일기에 솔직하게 적었던 것이다. 클로이는 그 일기를 읽고 레이에 대한 배신감을 느껴 절교 선언을 한 것.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레이는 꼭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 비밀까지 일기에 적었던 것이다.


레이가 처음 사랑에 빠질 뻔했던 아치는, 게이다. 아치가 자신의 혼란스러운 성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레이를 이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레이는 큰 수치심을 느끼지만 아치의 진심어린 사과로 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아치의 성 정체성을 아는 것도 오직 레이뿐이다.


레이는 상담을 하는 닥터의 권유로, 자신의 모든 시시콜콜한 일과 감정을 솔직하게 적은 일기를 적고 있는데 거기에는 당연히 아치의 이야기도 들어있었다.


레이는 자신이 처음으로 '정상'이고 나름 쿨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줬던 소중한 친구들 갱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는 충격에 더해, 아치의 '게이'라는 비밀이 까발려질까 공포에 빠진다. 자신의 실수로, 아치가 아웃팅 당할 거라는 생각이 레이를 미치도록 괴롭게 만든다.



이 모든 최악의 상황이 엉망으로 맞물려 레이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 레이는 클로이의 절교 선언을 듣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의 일기를 들춰보는데, 화면이 교차되며 레이가 처음 자살 시도를 했던 때로 돌아간다. 레이는 의식을 잃은 채 응급실에 실려가는 자신을 바라본다. 황망하게 따라가는 엄마와 보폭을 맞추며, 닫히는 응급실 문 유리창으로 자기 자신을 본다.


레이는 자신이 모든 것을 망쳤고, 그건 엄마의 책임이 아니었다며 독백한다. 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자신이 얼마나 노력하든 항상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돼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언제나 사람들을 실망시킬 거라고 생각했다.


레이는 자살을 목적으로 다리 위로 건너간다. 이전의 자살 시도 후, 레이는 죽도록 노력했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레이를 일희일비하게 만드는 것은 주변의 상황이다. 레이를 쿨하고 재미있는 애로 만든 것도 주변 친구의 반응이고, 레이를 이토록 비참하고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게 만드는 것도 주변 사람들과 멀어질 것이라는 공포심이다. 레이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니, 주변의 상황이 레이를 천국으로 데려갔다 지옥으로 거꾸러트리는 것이다.


투신 자살을 위해, 다리 위 차도를 건너가던 중 레이는 차에 치이고 만다. 찰나인지 아니면 아주  길고 길었을 지 모를 시간 동안에, 레이는 자신이 죽은 후의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이게 자신의 상상인지 실제 미래 모습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레이는 자신을 너무나도 그리워하다 황폐해지는 주변 친구들을 본다. 모두가 레이의 죽음으로 불행해져 있었다.


레이는 네가 눈을 떠야만 하는 이유라며 자신을 설득하는 틱스에 말에 따라, 마침내 눈을 뜬다. 하지만 틱스의 말과 달리 레이는 병실에 누워있지 않았고, 사실은 불과 몇 초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다. 레이는 차에 치인 후 잠시 정신을 잃었다 도로에서 다시 눈을 뜬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ㅋㅋㅋ


레이를 차로 친 사람은 평소 레이를 괴롭히는 bully 중 한 명이었는데, 너무 놀라고 미안해하는 불리와 대화하면서 레이는 사실 얘도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불리는 너 다리 위에서 뭐 하려고 그러고 있었냐며, 레이의 자살 시도를 눈치채고 보호자를 부를 때까지 절대 못 보낸다고 버틴다. 하지만 레이에게는 연락할 사람이 없다. 친구들에게서 절교당했고, 엄마와는 심하게 다퉜고, 틱스는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레이는 이 때 자신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사람을 떠올린다. 자신과 상담하며 늘 진심으로 대해줬던 닥터 길을.





레이는 사실 이 전에 닥터 길과도 크게 싸웠던 상황이었지만, 용기를 내 상담센터를 찾아간다. 하지만 닥터 길이 휴직했다는 말을 듣는다. 혹시 레이가 찾아올까 자신의 집 주소를 남겨놓은 닥터 길의 쪽지를 보고, 레이는 닥터 길의 집으로 찾아가게 된다.


거기서 레이는 항상 객관적이고 잘난 입장- 신과 같은 위치라 생각했던 닥터 길 역시, 자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자신과 다투고, 틱스의 혼수상태를 겪으며 좌절감과 자기 분노에 닥터 길은 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집은 어떤가. 아내와 이혼한 후 전 재산을 위자료로 털어주고, 싸구려 와인 랙을 조립하느라 고생고생하다 집어 던지고 마는, 평범한 남자에 불과하다. 집안 꼴은 엉망이다. 레토르트 식품 용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집안은 황량하기 그지 없다.


이 집에서 레이는 마침내 마음을 열고 닥터 길과 마주한다. 아니,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혐오하고 증오했지만, 실은 누구보다도 사랑받고 싶었고 위로받고 싶었던 레이 자신을.



MMFD에서 화룡점정인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마지막 화인 6화를 선정할 것이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받아 들이든, 그건 나에게 최우선이 될 수 없다는 것. 지금 이 모습의 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꺼져 버리라고.


레이와 닥터 길의 대화 장면을 보면서,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사실 리뷰를 쓰는 지금도 울컥해서 쓰기가 힘들다.


닥터 길과의 진솔한 대화 후, 닥터 길의 권유에 따라 레이는 엄마가 사준 드레스로 갈아입고 엄마와 카림의 결혼식장으로 향한다. 레이를 태워다 준 것은 닥터 길. 닥터는 끝까지 레이를 응원하고, 뒤에서 지지해준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닥터 길과 같은 멘토의 존재였다. 나는 우울하거나 충동적인 느낌에 빠질 때 내 머릿속에서 셀프 심리상담을 진행하곤 한다.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왜 내가 기분이 나빴을까?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굴었을까? 네가 한 행동이 옳은 것일까?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계속 고민한다. 때로는 나 자신을 위로해주고 감싸 안아주면서.

 

하지만 가끔은 나도 나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나를 위로하고 도와줬으면 하고 간절히 바랄 때가 있다. 나에게도 닥터 길과 같은 멘토가 있다면. 흔들리고 넘어질 때마다 일으켜 줄 사람을 원했다.


 

결혼식장에서 클로이는 레이를 끌고 가 갱들에게서 멀어지라고 한다. 쟤들은 원래 내 친구였으니 네가 나가는 게 맞다면서.


하지만 엄마와 카림의 결혼 주례 후, 혹시 누구 하고 싶은 말 없냐는 엄마의 말에 레이는 마이크를 잡는다. 거기에서 레이는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자해를 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일, 주기적으로 뜨거운 물로 몸을 지지며 자신의 몸을 학대했던 일...... 누군가가 발견할까봐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했고, 전전긍긍했던 자신의 '비정상적인' 약점을 스스로 고백한다. 일기를 쓴다는 것 역시. 친구들이나 멋진 남자에 대한 상상을 적지만, 거기에 적힌 충동적인 말이 모두 진심은 아니라는 말을 덧붙이며, 클로이에 대한 사과도 곁들인다.


그리고 레이의 이러한 솔직한 자기대면과 고백은,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불러 일으킨다. 레이는 엄마의 진심을 알게 되고 엄마와 화해한다. 클로이에게서 내가 한 말은 사실 진심이 아니었다는 말과 함께 다시 화해를 하고, 사실 클로이가 아치에 대해서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클로이는 핀을 노리는 클로이를 나쁘게 묘사한 부분 때문에 화가 났던 것이다. 그리고 클로이는 핀에게 관심이 없다며, 핀과 레이와 관계를 응원해준다.


레이가 모두와 화해하고 밤 거리를 걸을 때, 오아시스의 champagne supernova가 흘러나온다.  





개인적으로 오아시스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특히 이 에피소드에서 흘러나온 샴페인 슈퍼노바는 정말 감동이었다.


거리에서 레이는 핀과 마주치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며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핀과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모두 즐겁기만 하고 쿨해보이지만 사실은 각자의 문제에서 늘 고민하고 방황한다는 것도. 혼란스러워 하며 '비정상적인' 일면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은 레이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레이는 깨닫는다. 

 

그리고 이제는 새 아빠가 된 카림과 다시 새를 키우며 서로를 받아들이고, 엄마와도 사이좋은 모녀 사이로 아침을 맞이한다.


틱스는 아직도 깨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레이는 틱스를 기다릴 준비가 되어있다.


상담실에서 닥터 길과 마주한 레이가 자신이 다 나았냐고 묻자, 닥터 길은 "넌 치료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 레이는 자신이 싫어하는 부분까지 용기있게 마주 한 그 순간부터,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서야 진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걸어갈 준비를 마친 것이다.


 


비록 6화라는 짧은 분량의 드라마였지만, 보는 내내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만큼 내게 많은 용기를 줬고.


가끔 내 삶에서도 레이처럼 최악의 상황이 몰아서 닥치는 때가 있다.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할 때도 종종 있었다. 사실 요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고는 한다. 하지만 그 때마다 나는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의 레이를 생각했다. 레이가 엉망으로 꼬인 상황에 절망을 느끼고 자신의 죽음으로 이 현실에서 도망치려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실 알고 보니 그 상황은 생각했던 것만큼 절망적인 것이 아니었다.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꼬였다고 믿었지만 의외로 그 엉킨 실을 푸는 해답은 가까이에 있었고, 진심을 다하든 아니면 내 갈길을 가든 상황은 각기의 방식으로 해결되게 되어 있다.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찾고, 한 발짝만 뒤로 물러나서 차분히 생각해 보기. 정 안 돼도 시간이 흐르면 예상 외의 돌파구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믿는다.


내게 살아갈 용기를 준 드라마,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와 주인공 레이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감싸안아주며 용기를 줬던 닥터 길에게도. 고맙습니다.


※ 1.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배포전 판매 때 직접 책을 구입해서 읽고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2. 유통기한 뿐 아니라 삼겹살, Sunny Night의 강력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amk]유통기한 리뷰







나는 왜 samk님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감정의 과잉 없이 덤덤하게 등장인물의 아픔을 들려주는 서술방식 때문일 수도 있겠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등장인물의 감정선 때문일 수도 있겠지.


개인적으로 samk님의 소설은 주인공수의 감정적 치유를 담백한 공감으로 서술한다는 데에 큰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삼겹살, Sunny night, 공포증 시리즈 등 수많은 전작에서도 그랬고 이번에 리뷰하는 작품 <유통기한>에서도 그렇다. 주인공과 수는 각자의 아픔을 가진 캐릭터다. 그러나 각자 그 아픔을 극복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전작 <삼겹살>에서 주인공 김승표는 아버지에게 부정당하고 창녀촌에서 위협당하며, 외롭게 자란 아픔을 독기와 노력으로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린다. 주인수 하정은 어렸을 적 우상처럼 따랐던 반장의 배신, 술을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아버지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하정은 승표처럼 상처를 정면으로 맞대면하고 넘어버리기 보다는, 대부분의 우리가 그렇듯이 그저 시간의 흐름 속에 묻어버리는 것을 택한다.


 <Sunny Night>도 비슷하다. 공 최상무는 가족관계, 특히 형,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큰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부모님을 죽음의 길로 인도하고 자신이 미로 안에 갇혀있는 미노타우루스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거실에 그림(빛의 제국)을 걸어놓고 매일 들여다본다. 자신의 아픔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자기 혐오를 간직하는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주인수 현우는 특유의 4차원적 성격과 둔한 듯한 캐릭터로 모욕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캐릭터다. 하지만 역시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며 학대당한 어린 시절, 어렵게 자라며 혹사당하던 성장기의 아픔 때문에 '행복'이라는 감정을 박탈당했다. 이 때문에 삶의 이유인 그림이 정체를 보이자, 어린 시절 그를 구해줬던 최상무를 보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보면 <유통기한>은 기존의 작품과는 공의 설정이 약간 다르다고 볼 수도 있다. 유통기한의 채민호는 아픔을 겪을 당시 미성년자였다. 성장기에 느낀 배신의 치명적인 고통, 그 배신 때문에 삶의 이유였던 야구에서 강제로 퇴출당하고 죽음마저 생각했다. 앞서 말했던 전작의 공들이 아픔에 영향을 받지 않거나, 혹은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상처받은 티를 내지 않는 편이라면, 채민호는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상처를 크게 입은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공과 수의 관계가 서로가 서로를 '구원'했었고, 결국 둘의 관계를 통해 상처를 치유한다는 핵심 키워드는 유통기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게 samk님만의 매력이고.


채민호는 이서인에게서 구원을 받은 캐릭터다. 정작 이서인은 그것을 모르지만, 채민호가 죽음을 생각했던 순간 서인이 말했던 10년의 유통기한과 이메일 아이디는 민호를 지탱하는 유일한 희망이 된다. 그리고 미국에서 채민호가 밤의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할 때 느꼈던 절망의 순간마다 채민호는 이서인이 보여줬던 별을 본다. 가장 사랑하던 사람에게서 배신당하고 삶의 이유를 박탈당한 채 미국으로 떠난 민호가 느꼈을 아득한 절망과 고통을, 민호는 담담하게 서술한다. 외삼촌이 자신 때문에 빚을 졌고, 외숙모가 어머니의 유품을 팔아가면서까지 바라지를 해줬지만 탈락한 큐스쿨. 골프채를 사채업자에게 빼앗기기도 했을 만큼, 너무나도 초라하고 비참하며 지옥 같았던 나날들. 민호는 삶의 고통이 닥칠 때마다 서인을 생각하며 구원을 얻는다. 왜 살아야 할까, 하는 절망의 순간에 서인의 이메일 아이디 "le vent se leve, il faut tenter de vivre.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민호에게 삶의 이유를 부여해줬다. 살아가는 데에는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누군가는 반복되는 일상 자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상하게 나 역시 저 문장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 나 또한 삶이 힘들 때 내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앞으로도 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하며 아득한 미래에의 절망에 우울해했다. 하지만 그냥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이 좋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책을 읽을 때의 즐거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기쁨 같이 소소한 일상이 내 삶의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싶더라. 채민호가 이서인에게서 구원을 받았듯이, 나도 samk님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쌓여있던 내면의 상처를 치유받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수 이서인은 삶의 바쁜 일상 속에서 어느새 아픔을 흘리듯 묻어버리게 된 캐릭터이다. 그러나 그 상처는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고, 속은 곪아있는 채 아슬아슬하게 시간의 표피 밑에 묻혀있다. 첫사랑이었던 권기태의 배신과 동성애자로 사회에서 받았던 차별과 모욕의 기억이 이서인에게는 아직 화상처럼 남아있다. 가족과의 갈등과 현실적인 돈 문제도 그렇다. 이서인이 어렵게 취직한 건축사무소에서 남들만큼 야근하고 월급을 받지만, 집에 보내는 생활비와 아버지 병원비를 빼면 남는 게 없는 '스쳐가는 월급' 인생이다.


개인적으로 이서인에게서 공감을 많이 느꼈다. 취업 준비생으로서 그가 느낀 막막한 절망, 사회의 부조리한 대우, 성공한 '배신자들'과 민호를 보며 느끼는 열등감, 친구들과 나누는 현실적인 고민은 마치 제 주변을 둘러보는 것 같은 친근감을 준다. 특히 같은 상처를 공유했지만 자신과 다르게 '성공한' 민호를 보며 서인이 느끼는 갖가지 상념은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서인의 묻어둔 상처는 민호와 재회하면서부터 다시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권기태, 박무영, 한동호, 성수와의 재회가 연이어 이어지며 멈췄던 10년 전의 사건이 다시 이어진다. 잊었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권기태와 박무영을 보는 순간 서인은 동요를 숨길 수 없었다. 시간은 상처를 치유하는 게 아니라, 어떨 때에는 더 상처를 곪게 만들기도 한다. 개인의 인생에서 상처만큼 강렬한 경험은 없다. 사람은 좋은 순간보다는 내가 아팠던 순간을 더 크게 기억하고, 상처를 제 때 치유하지 못하면 그 트라우마가 그 사람의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서인도 마찬가지였지만, 서인으로 인해 그 상처를 극복했던 민호에 의해, 이번에는 서인이 상처를 극복하게 된다 .


서인의 성장은 무영을 대하는 서인의 태도에서 드러나게 된다. 나중에 박무영이 자살시도를 하고 병원에 누워있을 때, 서인은 무영을 찾아간다. 가족에게서 절연당하고 내쳐진 무영의 처지가 서인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거기서 서인은 무영이 살아갈 힘을 준다.


원수를 원한과 복수로 대하는 건 쉽다. 그러나 가장 큰 복수는 그 사람을 용서하는 거라고 한다. 서인은 자신과 민호의 삶을 파국으로 밀어넣었던 무영에게 살아갈 힘을 줌으로써 자신의 상처를 완전히 치유한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과거를 뒤돌아보지 않는다. 과거의 상처를 완전히 봉합한 서인에게 남은 것은 민호와의 미래 뿐이다. 서인은 민호와의 관계에서 스스로의 상처를 직면하고, 치유하고, 성장했다.


또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다. 바로 내 복수는 남이 해준다는 것이었다. 그 문구를 보았을 때, 가슴 속에서 쿵 하고 뭔가가 내려앉는 충격을 받았다. 나도 모르게 또 눈물이 나고, 그 부분을 반복해서 읽게 되더라.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나는 이렇게 그 순간을 떠올리며 고통스러워하는데 정작 가해자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화가 나고 우울했다. 보란듯이 성공해서 복수해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결국 죄는 어떤 방식으로든 되갚음을 하게 되어있는 것 같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자기가 한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다. 까를로스의 아빠 산체스 씨가 젊었을 적 갱단에 소속되었던 '잘못'에 대한 책임을 평생 졌듯이. 이 책임은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모두 적용되는 개념이다. 서인이 허름한 매점에서 민호에게 해줬던 말이 민호를 구원해줬고, 결국 서인은 민호에게서 그 역시 구원을 받는다. 권기태와 박무영은 그들이 뿌렸던 악업을 그대로 돌려받는다.


samk님의 소설을 볼 때마다 늘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다. 착하게 살아야겠다. 나도 누군가에게 구원이 되는 존재이고 싶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다. 하는 것들이다. 내 부주의가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고, 반면 내 말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 구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마지막으로 긴 리뷰글을 읽어주신 분들과, 항상 소중한 작품을 써주시는 samk님께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다.



 

 


 

·인상깊었던 문장 발췌

 


- “미국의 고속도로는 참 길어요. 어둠 속에 도로를 달리면 끝이 없을 것 같은 기분이 자주 듭니다. 어느 날은 정말로 세상에 나밖에 남지 않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운전을 할 수 없었죠. 그때 밖으로 나가서 해가 뜰 때까지 하늘을 봤습니다.”

 

 


 

- “형 메일 주소가 어렵더라고요. 아이디를 하나씩 치다가 뜻이 궁금해졌죠.”

난 그의 말에 다시 내 글씨를 내려다봤다. 이건 고등학교 때 만든 이메일 아이디이다. 그때 제2외국어가 불어였는데 선생님이 예문으로 시 구절 하나를 알려주셨다. (중략)

“이걸 찾으니까 같이 따라 나오는 다른 문장이 있더라고요.”

알고 있다. 원래는 두 문장인데 길어서 난 하나만 쓴 거니까. 신기하게도 입안에서 그 뒤 문장이 떠올랐다.

“그때 이 뜻을 알고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난 눈을 들었다. 민호의 차분한 눈이 날 보며 덧붙였다.

“그리고 그때 형의 표정이 이 말에서 받은 느낌과 같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죽을 수 없었습니다.”
내 눈에 다시 이메일 주소가 들어왔다. 휘갈겨 쓴 검은 글씨.


le vent se leve
il faut tenter de vivre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하나만 말해 봐.”

 침묵이 흘렀다. 술에 취한 몸으로 바닷물 속에서 오래 버티지 못 할 것 같았다. 남자가 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그대로 앞을 향해 나아가려고 할 때였다. 상대가 느리게 말했다.

   '2시간 40분 후면 해가 뜨니까요.'

 파도 때문에 다시 몸이 휘청거렸다. 커다란 파도가 예고도 없이 그의 얼굴까지 덮쳤다. 손에서 떨어진 휴대폰이 바닷물 속에 잠겼다. 그러나 남자는 큭큭거리며 웃느라 신경 쓰지 못했다. 2시간 40 분. 해는 그렇다고 쳐도 뜬금없이 이 정확한 시간은 뭐란 말인가. (중략)

 한참을 그렇게 누워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2시간 40분 정도. 눈을 떴는데 떠오른 해가 보였다. 이상하게도 목이 멨다. 수천 번은 봤을 아침 해다. 그러나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그걸 보며 목 놓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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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전전긍긍 마교교주 리뷰  (0) 2014.07.28





제목 : 전전긍긍 마교교주 1-6 (완)


작가 : 김현영


작가의 역대 작품 : 무한소소, 후흑문주 심온, 만선문의 후예, 걸인각성, 잠마검선, 마인정전(현재 출간 중)


출판사 : 청어람


장르 : 개그무협물


개인적인 평점 : ★★★★★ (별 다섯개 만점 중 만점)


한줄 평가 : 수하에 의해 천하제패의 길을 강요당하는 마교 교주의 눈물겨운 이야기




줄거리


정도무림의 신성(新星) 신성무혼 백무결을 운좋게ㅋㅋㅋ 이기고 마교의 교주로서 군림하고 있는 아수라천마! 그리고 그의 하나뿐인 아들이자 천마신교의 소교주인 도유강.

아수라천마가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껴 유학(儒學) 공부를 제대로 시키는 바람에, 도유강은 마교교주보다는 평화로운 해남도의 바닷가에서 유유자적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무서워서 말도 못 꺼내다가ㅋㅋㅋ 백무결과의 대결에서 주화입마를 입었던 아버지(교주)가 급사!

도유강은 다음 날 교주위를 물려받아야 했지만 그 날 밤, 장로 소면마군이 반란을 일으키고 아버지가 비밀리에 키운 심복 풍천에 의해 구명을 받고 마교를 탈출한다.


이왕 이렇게 된거, 마교 교주 위를 버리고 바닷가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어하는 도유강과 달리 풍천은 도유강에게 진정한 마교 교주의 길을 강요한다ㅋㅋㅋㅋ

아수라천마가 안배한 신성무혼의 기연 경로를 따라 도유강을 (강제로) 데리고 다니며 신성무혼이 배웠던 모든 무학을 배우게 하고, 진정한 마교의 교주로 군림시키고자 하는데!


마교교주가 되고 싶지 않은 주군 도유강과, 교주의 길을 강요하는 너무 강한 부하 풍천이 벌이는 사건사고가 중원에 몰아친다.




리뷰 


마감무림(촌부), 잠마검선(김현영)과 더불어 개그 무협의 삼두 마차인 전전긍긍 마교교주!!


김현영 작가님은 개그 무협 전문이다. 지금까지 쓴 소설 전부가 다 개그물ㅋㅋㅋ


만선문의 후예 이전 작품들은 구할 수 가 없어서 못 읽어 봤지만, 나머지는 다 찾아서 읽어 보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내 취향은 잠마검선과 전전긍긍 마교교주!


마인정전도 요새 인기가 아주 많은데, 이전 작품과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사실 전전긍긍과 잠마검선 식의 유머코드가 더 좋다ㅋㅋㅋ


잠마검선과 마인정전은 다음 리뷰에서 다루도록 하고, 오늘은 전전긍긍 마교교주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겠다.


이 책의 제목은 정말 주제를 잘 표현해냈다. 왜냐하면 주인공인 마교 교주가 교주가 되고 싶지 않아서 전전긍긍하는 이야기거든ㅋㅋㅋㅋㅋ


그러나 아버지가 안배해놓은 비밀심복 풍천은 강해도 너무 강하다. 얼마나 강하냐면 중원에서 얘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ㅋㅋㅋㅋㅋ 강하기만 하면 다행인데, 성격이 정말 단순무식하기 까지 하다는 것이다. 다른 의미에서 아주 순결하다. 정신이...... ㅋㅋㅋㅋㅋㅋ


머릿속에 입력된 것은 단 하나! "아수라천마님의 아들 도유강을 강한 마교교주로 만들어 천하를 제패시킨다."


문제는 도유강이 교주가 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 평양감사 저 싫으면 그만이라지만 풍천에게는 통하지 않는다ㅋㅋㅋㅋㅋ 아수라천마에게서 교육권까지 받아낸 풍천은 도유강이 세번째 도주시도를 하자 머리를 박게 시키고 "나는 마교 교주다!! 나는 천하 무적이다!!"를 제창하게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유강은 도망도 반항도 할 수 없다. 풍천이 너무 무서워서 ㅋㅋㅋㅋㅋㅋ 가끔 풍천의 "교주님이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풍천이 주는 기합을 받으며 눈물을 삼킨다.ㅋㅋㅋㅋㅋ


풍천은 뻑하면 사람 모가지를 반대쪽으로 우드득 돌려놓는데 신기한게 그래도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ㅋㅋㅋㅋ미친ㅋㅋㅋㅋㅋ


도유강은 풍천에 의해 기연에 기연에 기연을 거듭한 신성무혼의 기연 발자취를 차례로 방문하며 무공을 익힌다. 그러나 과거 신성무혼의 일곱 똘마니였던 천위칠군과 그들의 공동전인 주양인이 예상치못한 적수로 등장한다. 공동전인도 신성무혼의 기연을 노리고 있거든 ㅋㅋㅋㅋ


기연을 따라 다니던 와중 단순무식한 풍천과 그의 부록 도유강은 중원을 휘젓고 다니며 온갖 사건사고를 달고 다니고 ㅋㅋㅋ 나중에는 천위칠군과 공동전인에게 기연을 새치기당해 할 수 없이 "최악의 마공"을 익힌 도유강이 소림에서 난동을 부리기까지 한다 ㅋㅋㅋㅋㅋ


아 진짜 더러워서 눈 뜨고 못봐주는 난동을 ㅋㅋㅋㅋㅋ 심지어 풍천마저도 "이런 식의 제패는 안돼... 아니야. 이런 식으로는 아니야!!!"를 외치며 도망을 간 도유강의 소림 제패ㅋㅋㅋㅋㅋㅋ

 결국 그 후유증으로 소림은 봉문을 선언한다.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토광하라!!!"의 치명적인 매력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기절하는 줄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제정신으로 돌아온 도유강이 수치심에 몸부림치는 것도 ㅋㅋㅋㅋ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


책의 후반부로 가면 도유강과 풍천을 죽이기 위해 쫓는 세력이 무림 전체가 된다. 정도무림, 마교인들(소면마군이 장악했기 때문에), 오마신, 유령곡의 살수, 천위칠군과 그의 공동전인 등등 ㅋㅋㅋㅋㅋㅋ 그러나 토광하라의 치명적인 매력 앞에서는 모두 한낱 불나방에 불과할 뿐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도유강은 과연 마교교주가 되었을까요, 안 되었을까요~?


스포는 최대한 배제했으니 꼭 직접 읽어보시길 권함ㅋㅋㅋㅋㅋㅋ 꼭 읽어보세요 후회 안할 거임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분석해 본 개그 포인트


1. 상식을 깬 반전의 미학


여태껏 마교교주는 사악함, 혹은 압도적인 강함과 카리스마의 대명사였다. 그의 손짓 한 번에 전각이 무너지고 발 구름 한 번에 산이 무너진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마교교주(가 되어야만 하는ㅋㅋㅋ) 도유강은 은혼섬만을 익혀 무위가 별로 강하지 않다. 오히려 그의 부하인 풍천은 무위가 중원 제일로 주군인 도유강에게 "마교 교주의 올바른 길"을 설교하며 강요한다 ㅋㅋㅋㅋ

여기서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선입견이 깨어지며 신선한 느낌을 받는다.


또 도유강의 길을 안배한 아버지 아수라천마와, 그의 대항마였던 정도의 신성 신성무혼 백무결도 우리가 생각하는 바와 아주 많이 다르다 ㅋㅋㅋㅋ

책 1권을 펴면 신성무혼 백무결과 아수라천마의 대결 장면이 나오는데, 아수라천마는 겉으로는 근엄한 표정을 유지하지만 전음으로 나이도 한~참 어린 백무결에게 백형이라 부르며 살려달라고 하고 ㅋㅋㅋㅋㅋ 백무결은 최대한 멋있어 보여야 한다며 똥폼을 재다 최고의 절초를 쓰지 않는 바람에 아수라천마의 일장에 그냥 떡이 되어 죽어버리고 만다.


다른 조연 캐릭터에서도 반전의 개그를 찾아볼 수 있는데, 보통 얼굴이 아주 예쁜 여자가 나오면 007의 본드걸 같이 주연을 빛내주는 정인 역할을 하거나, 얼굴값 하게 차갑고 도도한 냉미녀의 성격일 거라고 예상을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나오는 예쁜 손약란은 녹림왕의 딸이며 어엿한 18채 중 한 산채의 채주다. 뿐만 아니라 입만 열면 쌍욕을 한다 ㅋㅋㅋㅋㅋ




<인용> 1권 77쪽


여채주가 검지로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살짝 넘겼다. 정녕 인간의 몸짓이 아니었다.

그녀가 말했다.

"아름다운 밤이에요."

쟁반 위에 옥이 구르는 듯한 목소리였다.

도유강은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속으로 '당신이 더 아름답다오'라고 화답했다.

여채주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두분은 어디서 오신 씨발 놈들이신가요?"

도유강이 입을 쩍 벌렸다.

와장창!

꽃 환상이 산산이 부서졌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 버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진공 상태가 된 것도 같았다.

그녀는!

산적 두목이었다!





이렇게 ㅋㅋㅋㅋㅋㅋ 손약란은 전전긍긍 마교교주 전체에 있어 감초같은 역할을 하는데, 얘도 정상인이 아니다. 다들 자타가 공인하는 미친년이다 ㅋㅋㅋㅋㅋ


혈편복도 청수하고 부드러운 중년의 문사같이 생겨서..... 추환만 뒤집어 쓰면 "캬캬캬캬"거리면서 박쥐같이 뛰어다니고... 또르륵.... 생긴 것만 보고 낚여서 희망을 갖는 소수의 정상인 캐릭터들이 너무 불쌍했다 ㅋㅋㅋㅋㅋ




2. 정상인 vs 단순무식 또라이 캐릭터의 대조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가 또라이인지 단박에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ㅋㅋㅋㅋㅋㅋ

물론 정상인은 당연히 주인공인 도유강이다. 마교 소교주 주제에 매일 유학 경전을 읽고, 예의지신의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는.... 얘도 좀 비정상적이지만 어쨌든 다른 사람에 비하면 지극히 정상적인 일반인이다.ㅋㅋㅋㅋ


그러나 문제는 바로 옆에 단순무식의 대명사 풍천이라는 희대의 또라이가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얼굴은 예쁜데 입에 쌍욕을 달고 다니는 손약란, 멀쩡하게 생겼는데 추환만 쓰면 희대의 마인이 되는 혈편복까지 ㅋㅋㅋㅋㅋ 주변에 정상인이 없다. 정상인이 있어도 이 세 명의 또라이에 눌려 바닥을 긴다 ㅋㅋㅋㅋㅋㅋ


이 또라이들이 한 점 부끄럼 없이 주변을 활보하고 다니면서 수많은 정상인들에게 민폐를 끼치는데 바로 여기가 개그 포인트다. 또라이들의 억지를 받아줘야만 하는 (힘없는) 정상인들의 비애 ㅋㅋㅋㅋㅋㅋㅋ



3. 창의적인 무공


도유강이 걷는 '신성무혼 기연의 발자취'도 독특하다. 익히는 무공이 깨알같은데 지주신공이라 하여 거미의 빠른 움직임을 본따 만든 최고의 경공술이 있다. 문제는 경공술을 펼치는 모습이 너무 추접스럽다는 거 ㅋㅋㅋㅋㅋ 본인만 모르지 남들은 다 병신같다고 생각한다 ㅋㅋㅋㅋ


또 내단을 취하기 위해 빙망이라는 뱀을 죽여 배를 갈라야 하는데, 문제는 빙망이 너무 귀여워서 도저히 죽일 수가 없다는 것도 너무 웃겼다 ㅋㅋㅋㅋㅋ "너를 죽여 내단을 취하겠다!! 죽여버리겠어!!!!"라고 처절히 외치면서 손으로는 빙망을 열심히 쓰다듬고 있는 도유강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최고는 '사상 최악의 마공'인 마야환신공이지. 내가 앞으로 읽을 그 어떤 무협의 무공도 이걸 이길 수는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ㅋㅋㅋㅋㅋ "토광하라!!!"를 외치게 한 바로 그 무공이다. 심지어 이 마공의 창시자는 소림의 대사였다 ㅋㅋㅋㅋㅋ 참회동에 갇힌 주제에 하라는 참회는 안하고 이런 마공이나 만들어내고 그런 주제에 자애로운 성승인 척 한다ㅋㅋㅋㅋ

이 무공에 대해서는 미리 말하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꼭!!!!ㅋㅋㅋㅋ





일단 이 정도로 개그 포인트를 생각해봤는데 더 있으려나...... 어쨌든 전전긍긍 마교교주는 최고의 개그무협이다. 무협을 잘 모르는 일반인도 전전긍긍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다음 번에는 같은 작가의 작품인 잠마검선과, 촌부 작가의 마감무림에 대해 리뷰를 써봐야지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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