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학생들이 교무실 청소를 하는 게 옳은가?"에 대한 논쟁이 있어 내 사견을 담은 글을 쓰게 되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화장실 청소도 청소 아주머니들을 고용해서 했고, 학생들은 교실과 자습실, 복도 등 학생이 사용하는 공간만을 청소했지만 중학교 때는 아니었다. 당연하게 교무실 청소 당번을 정해서 했는데, 나 또한 당번이 되어 교무실을 청소했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본인이 쓰시는 컵은 본인이 씻는 편이었지만 몇몇 선생님은 커피가 눌어붙은 컵 여러 잔을 '당연하게' 떠넘기며 깨끗이 씻어오라고 명령하셨다. 쓰레기통을 비우고 바닥을 청소하고 책상을 걸레로 닦을 때에도 '지적'하는 선생님도 더러 있었다.


바닥쓸고 쓰레기통 비우는 거야 큰 어려움 없이 했지만 컵을 씻어오는 것은 당시에도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맨손으로 수세미를 적셔 커피 찌꺼기가 남아있는 컵을 설거지할 때, 또 머그잔이 가득 담긴 쟁반을 당연하게 떠넘기며 깨끗이 씻어오라는 명령을 들을 때.


그래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못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요새 교권추락이니 말이 많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선생님은 학부모와 학생들에 있어 일종의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에는 더했다. 그 때는 체벌도 당연시 되었던 때였고 실제로도 '단체기합'이라는 명목 하에 허벅지며 발바닥 엉덩이를 자주 맞았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괜히 이의를 제기했다가 선생님에게 '찍히면' 학교 생활이 힘들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인데 누가 나서서 불만을 토로하겠는가?


그러나 확실히 요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기는 한가보다. 학교에서 두발 제한과 체벌이 사라지고, 이제는 '당연시'되던 교무실 청소 문제에 대한 논쟁이 불거지는 것을 보니.


학교는 군대, 공무원 조직사회와 더불어서 외부에 비해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조직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군대야 전시 상황을 염두에 둔 특수 조직이고, 공무원 조직도 관료제 사회로서 일종의 특수 집단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로 느껴지기까지 하다.


학교가 가장 보수적인 집단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은 우리나라 특유의 '유교적' 문화 때문일 것이다. 좋게 말해 장유유서를 존중하는, 나쁘게 말하면 나이 먹은 사람이 우선 대접받아야 마땅하다는 이념적 관습과,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요구하는 사회분위기, 또 아이의 교육에 과도하게 열을 쏟는 우리나라의 현실. 이 모든 것이 학교라는 조직의 울타리를 더욱 높여왔다.


그러나 이제는 학교도 변하고 있다. 변화의 바람은 안에서부터 불어오고 있다. 학교를 구성하는 절대 다수 집단이면서도 교육과 통제의 대상이었던 학생들이 이제는 하나둘씩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자신들이 생각할 때 '부조리'한 점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지금이 그 첫단계라 교권의 추락, '통제불능' 학생들 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지만 나는 이 역시도 거쳐가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민주사회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과도기를 거쳐 수많은 문제에 봉착하고 구성원들끼리 그 문제를 잘 조정하며 헤쳐나가야만 겨우 주어지는 달콤한 열매다.


겨우 교무실을 학생이 청소하는 것 가지고 무슨 거창하게 민주사회니 과도기니 말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학생이 교무실을 청소하는 것을 당연시여기는 사회의 분위기에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무실 청소 문제에 대해서는 젊은 사람들끼리도 의견이 많이 갈리는 편이다.


우선 학생의 교무실 청소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1) 선생님에 대한 예의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2) 사회에 나가서 어차피 해야할 거 학교에서 미리 배우고 가면 좋지 않느냐. 대학원 연구실, 대학교 동아리방, 교수 연구실, 군대 등 사회 나가면 막내가 눈치껏 알아서 해야 하는 것들인데.

3) 힘든 것도 아닌데 수가 많은 학생들이 좀 하면 어떤가. 선생님들은 그 시간에 청소를 감독하느라 바쁘다.


라고 주장을 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실, 복도, 화장실, 자습실 등이야 학생들이 청소하는 게 당연하지만 교무실은 온전히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공간이다. 냉정하게 말해 세금으로 월급받는 교사들이 사무실로 사용하는 그들의 공간이라는 소리다. 전력부족으로 푹푹 찌는 여름에 교무실만 시원하고 겨울에는 교무실만 따뜻한 것에 대해서는 굳이 지적하지 않겠다. 그건 학교에 고용되어 정해진 시간동안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복지의 일종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러나 자신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당연하게 학생에게 청소시키는 것은, 교사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교무실 청소가 힘드냐 힘들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쓴 공간에 대한 뒷정리를 상대적 약자인 학생에게 당연하게 지시하는 의식 자체의 문제다. 예의? 예의와 공경은 마음에서 우러나와 스스로 보이는 것이지, 나는 너희를 가르치니 우리가 쓰는 곳을 너희가 청소하라는 말은 스승이 하는 말이라기에는 너무 낯부끄럽지 않은가. 선생에 대한 예의는 선생님께 말씨와 행동을 정중히 하고, 수업 시간에 열심히 듣고, 부조리하지 않은 지시사항에 대해 맡은 바를 이행하는 것으로 충분히 보일 수 있다. 자신들이 사용한 공간을 치우게 하고 사용한 컵을 씻게 시키는 것은 예의를 보이라는 말로 포장한 '갑질'이다.


사회생활에 대한 '센스'를 학교에서 미리 학습하고 가는 거라 생각하라는 말에 대해서는 사실 무섭기까지 하다. 우리나라 특유의 비틀린 단체사회 문화, 약자의 희생과 양보를 당연시여기는 왜곡된 공동체 의식, 장유유서 등의 이념의 강요가 이렇게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히 뿌리박혀 있구나 하고. 나이, 연차, 지위 등이 우월하다고 해서 아랫사람에게 자신이 해야 하는 업무 외의 허드렛일을 시키고, 아랫사람도 '당연히' '눈치껏' 하는 게 센스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는 잘못되어도 뭔가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민주사회에서 자신이 한 일의 뒷처리는 자신이 스스로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조직사회에서는 이 당연한 것이 통용되지 않는다. 학교에서부터 '복종연습'을 계속해서 반복주입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네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위에서 시키는 것이니 군말 말고 해라"라는 복종 연습을.


엄연히 말하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함으로써 학생은 교사들에게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고, 교사는 그 서비스를 받는 입장이다. 학생들의 이러한 서비스는 호의로서 베풀어지는 것이지 선생들이 권리로서 받아 챙길 것이 아니다. 냉정해 보이지만 세상에 대가없는 노동이 어디있는가?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이라고, 치사하게 좀 해줄 수도 있지 너무 계산적이고 이기적이지 않느냐고? 그럼 나중에 사회나가서 개처럼 부려먹고 최저시급도 주지 않는 고용주에게도 그런 말 들을 텐가? '그냥 해줄 수도 있는' 것은 베푸는 사람이 결정할 문제지 받는 사람이 당연하게 할 말이 아니다. 서비스 제공자가 문제를 제기하는데 왜 수혜자가 이기적이니 예의니 뭐니 말을 하는 것인지.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여기서도 통용되는구나 싶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밥먹듯 야근을 하고도 추가근무수당은 1원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그러나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왜? 싫으면 나가라고 하니까. 너 말고도 일해줄 사람 널리고 널렸다고.


나는 우리 노동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 부조리는 바로 학교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본다.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사회적 위치가 더 낮다는 이유만으로 군말 없이 따르게 하는 '복종연습'이 무의식적으로, 암묵적으로 교실에서부터 행해지고 있다.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원래 사회는 그런거야, 하고 당연하게 수긍하고 넘어간다면 그 사회는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잘못된 것은 지적하고 고쳐야 하는 게 맞다. 그렇다면 그 지적은 누가 하겠는가? 악덕고용주가? 수혜자가? 아니. 그런 문제는 당하는 사람밖에 제기할 수 없다.


그러나 사회인들은 알면서도 말을 할 수 없다. 그들은 너무 잃을 것이 많고, 이미 사회에 순응하는 것이 학습이 되었기 때문에. 하지만 상대적으로 어리고, 생각이나 행동이 더 자유분방한 학생들은 이 '당연한' 레짐에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왜 이걸 우리가 해야해? 자기 일은 스스로 하는 거라고 배워왔는데? 라고.  


학생은 사회의 동량이다. 나라의 미래다. 이는 비단 미래의 노동자로서의 학생들을 지칭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소위 '젊은 생각'이 그들이 사회로 진출했을 때 이 나라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 약자의 희생을 '예의'로 치장해 강요하는 사회의 부조리를 그들은 바꿀 수 있다. 그것은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할 때, 내면에서부터 배양되는 작은 개혁의 씨앗이다.


지금은 아직까지도 "우리 학교다닐 때만 해도....... 요즘 애들은 예의가 없어."라고 보는 시선이 다수 있지만, 우리 사회도 점차 바뀔 것이라고 본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