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좋다.
정지된 것 같은 화면, 차분하고 정적으로 가라앉아 있는 색감, 그림 가득 묻어나오는 외로움의 정서......
호퍼의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외로워진다. 어딘가를 말 없이 응시하고 있는 인물의 옆 혹은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쓸쓸함, 정지한 것 같은 세상. 인물 등장 없이 배경으로만 화폭을 채워도 특유의 고독한 정서는 숨길 수 없다.
그의 그림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혼자다. 함께 있어도 소통하지 않는다. 등을 돌리고 누워있거나, 같은 공간에 있어도 자신의 일에 집중할 뿐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는 단절된 고독이 느껴진다. 번화한 도시 속에서 무기력하게 앉아있는 사람들, 자신의 내면에만 집중해 옆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끼는 피동체이자 타인에게 외로움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호퍼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이 시구절이 떠오른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따뜻한 색채를 썼음에도 한없이 정적이며 쓸쓸하다. 마치 화려하게 빛나는 번화가의 조명과 군중들 속에서도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을 느끼는 현대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