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탁하는 사람이 더 당당한가'에 해당되는 글 1

  1. 2014.06.17 적반하장

적반하장

2014. 6. 17. 13:27 | Posted by 도유정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화를 낼 때, 우리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표현을 쓴다.

비슷한 표현으로는 물에 빠진 사람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다 라는 말도 있다.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이런 일이 흔한 편인데, 주로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둘리같은 인간들이 자주 저지르고는 한다.


물론 이 분통터지는 일의 원인 중 대부분은 개인의 인성문제에 있겠지만, 情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분위기에서 그런 잘못된 인성이 마치 논두렁의 잡초처럼 무럭무럭 자라난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썩을 대로 썩은 500년 조선왕조 말기 세도가의 횡포와 일제 및 세계 열강의 수탈, 분단전쟁과 군부정권의 독재, 민주화 운동 등 우리의 근대역사는 파란과 격변 그 자체였고, 변변한 자원과 방어력 하나 없는 상황에서 우리 민족이 기댈 수 있는 것은 '민족'이라는 가상의 개념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족이라는 것은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허구의 개념이었고, 이러한 가상의 테두리 안에서 뭉치기 위해서는 정이라는 감정적 접착제가 긴밀히 작용했을 것이다. 쉽게 말해 "우리가 남이가" 정신.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다정하고 친절한 편이다. 생판 모르는 남이라도 곤경에 처해있으면 말을 건네고 자기가 조금 희생을하더라도 도움을 주려 하고. 나는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서스럼없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딜 가나 뻐꾸기 같은 인간들은 있는 법, 그러한 사람들의 호의를 이용해 이득을 보려는 비열한 사람들이 특히나 요새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부탁을 가장해 강짜를 부리고, 곤란해 하거나 거절을 하면 "아 그 정도 쯤은 해줄 수도 있지 치사하게......"라며 본색을 드러내는 강도들말이다.


부탁은 상대의 선의에 기대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부탁을 하는 사람은 그 결정권을 온전히 부탁을 들어주는 상대방에게 맡겨야 하고 설사 대답이 자기가 원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그러나 부탁을 무슨 자기가 맡겨놓은 물건 찾아가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인간들이 꼭 하나씩은 있다. "치사하게"라는 말을 무기처럼 들이밀며 내가 원하는 것을 내놓으라고 곤조를 부리는 강도들이.


아무리 사소한 부탁이라도 들어주는 사람은 자신이 그 시간에, 또는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포기하며 해주는 것이다. 때문에 부탁을 하는 사람은 들어주는 사람의 기회비용을 반드시 금전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어떤 수단으로든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의외로 주변을 둘러보면 이 당연한 일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고마워 하기보다는 당연해하고, "전에는 해줬으면서 지금은 왜 안해주냐, 너 요새 변했다. 섭섭하다"고 되려 쏘아붙인다.


부탁 몇 번 들어줬더니 이제는 마치 주머니 속 물건 찾아가듯 해달라고 하고 그에 대한 보상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두루뭉실 넘어간다. 사소하게는 직장 동료에게 천원 단위로 돈을 빌려가면서 갚지 않는 얄미운 동료일 수도 있고, 학교에서 매번 간식을 싸올 때마다 얻어먹기만 하고 한 번도 사주지 않는 학급친구, 매번 심부름을 시키면서 이제는 당연하게 여기는 가족구성원까지. 예를 들자면 밑도 끝도 없다. 둘러보면 다 내 주변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내가 겪고 있는 일일 수도 있고.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뒤바꿔버리는 교묘한 가해자의 화법과 공격에, 피해자는 그저 배신감에 부들부들 떨 수 밖에 없다. 주변인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기라도 하면 가해자는 "치사하게 그깟거 가지고 주변에 떠벌리고 다니냐"며 피해자를 치사한 인간으로 매도한다.


부탁을 하는 데에는 예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부탁을 할 때에는 애초부터 마음 속으로 '부탁을 들어주면 좋고, 들어주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을 하고 말을 꺼내야 한다. 말을 할 때에는 자신이 상대방에게서 뭔가를 얻어내려는 것이니만큼 공손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또 부탁을 들어줬을 때에는 반드시 같은 것이 아니더라도 어떤 것으로든 보상을 해주는 것이 옳다.


정은 상호간에 예가 지켜질 때에나 싹트는 것이지, 호의를 빌미삼아 이득을 보려는 소인들에게는 베풀어질 가치조차 없는 것이다. 정을 무기로 강짜를 놓는 소인들에게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철의 원칙으로 대해야 한다. 그런 인간들일수록 자기 주머니에서는 작은 것 하나 내놓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주변의 하이에나 같은 인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거지 근성 버리고 하고 싶으면 네가 하라고.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닙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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