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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29 잘 지내니...?

잘 지내니...?

2014. 5. 29. 12:45 | Posted by 도유정



오랜만에 연락이 닿거나, 만나는 사람들이 건네는 말은 거의 비슷비슷하다. 안녕, 오랜만이야. 잘 지내지?

잘 지내고 있냐는 이 의례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도 거의 정해져있다. 그럼, 잘 지내지. 너는 어때?

하지만 사실 "잘 지내니"가 얼마나 어려운 질문인지. 나는 잘 지내고 있는 걸까. 내가 이 통상적인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한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이제는 잘 생각도 나지 않는다.

나 잘 지낼 때도 있긴 한데 잘 모르겠어. 요즘 바닥이 없는 수렁에 빠진 기분이야. 나는 여기 갇혀서 멈춰있는데 남들은 나를 지나쳐서 앞만 보며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는 것 같아. 내 안에서 타오르던 뭔가가 점점 사그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나 너무 무서워. 예전에는 뭐를 하면 적어도 6개월은 미친 것처럼 그것만 보면서 했는데 요새는 일주일도 안가. 내 안의 동력이 점점 느리게 돌아가고 있어. 이러다 멈춰버리면 어떡하나 실은 무서워 죽을 것 같아.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내가 올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사실은 같은 자리를 뱅글뱅글 돌다가 오히려 더 뒤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 미치겠어.

나는 잘 못 지내는 것 같아.

너는 어때? 잘 지내니?

라고 대답할 수는 없는 거니까.

매일 얼굴 맞대는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것을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할 수는 없잖아. 사실 그들은 내가 정말로 잘 지내는지 궁금한 게 아니라 의례히 건네는 인사치레로 물어보는 것 뿐이고, 나 또한 아무렇지 않게 대답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교환하고 달라진 점이 있는지 물어보고, 그들과 나 사이에 허락된 거리만큼의 위로와 축하를 건넨다. 그 후 맛있는 걸 시키고 한참 수다를 떨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 다음번에도 또 보자며 헤어진다. 나눈 가십만큼이나 가벼운 헤어짐. 통속적인 안녕.

그 속에 마음 속 깊이 숨겨진 우울한 내 일상이 비집을 자리는 없다. 답도 없고 끝도 없는 그런 칙칙한 이야기는 내 속이 깊이 숨겨두고 나 혼자만의 공간에나 써야하는 게 예의니까. 누구도 가끔 만나는, 혹은 정기적으로 자주 보는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의 우울한 내면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 자기도 살기 바쁜데. 오랜만에 낸 시간을 우울한 얘기로 보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이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밤마다 우울한 생각때문에 잠을 설쳐도 누구에게도 내색 않고 속으로만 묻어두는. 그러다 다시 날이 밝아 사람을 만나면 예,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요새 날이 더워지는데 그 쪽은 좀 어떠십니까. 하고 아무렇지 않게 질문을 받아 넘기면서.

그래도 항상 우울한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은 희망에 끓어올라 행복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하고, 또 어느날은 하고 싶던 것을 하면서 신나게 보내기도 하고. 어느날은 무난하기도 하고.

괜찮아질 것이다. 내일은 더 좋아질거야. 모레는 더 좋은 날일거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자.

나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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