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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했다.

2015. 9. 20. 18:35 | Posted by 도유정

9월 17일 목요일,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원래 살고 있던 집은 지어질 때부터 입주해서 8년간 쭉 살아온 곳이었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던 집이었다. 22층 중 5층에 살았었고 난 그 층수가 좋았다. 여차하면 계단으로 오르내릴 수도 있고, 거실에서는 아파트 앞 거대한 화단의 소나무가 꼭 분재 같아 보이는 경치를 구경할 수 있었다.


이번에 이사해서 살게 된 곳은 18층 중 17층인데, 낮은 곳에 살다 높은 곳에 살려니 좋기도 하고 싫기도 했다.


5층의 전 아파트로 이사하기 전 어렸을 때 살았던 집도 17층, 15층이었지만 청소년기와 20대 초반을 보낸 집이 5층이라 그런지 저층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다.


고층으로 와서 가장 좋은 점은 탁 트인 경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동이 없어서 그런지 저 멀리까지 보이고, 밤이 되어도 블라인드를 내릴 필요가 없다. 우리 집이 안 보일 테니까.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내 방이 커진 것? 그 중에서도 확장할 때 볼록 튀어나온 벽을 따라서 맞춤으로 책장을 짜 넣은 점이다. 책이 너무 많아서 책상이고 바닥에 쌓아두고 있었는데 이번에 깔끔하게 전부 수납해 넣었다 ㅎㅎ 아이 좋아


좋지 않은 점은 아래층으로 왔다갔다 하기 불편하다는 점과, 먼지가 많이 들어오고, 소리가 증폭되서 들리며, 몸이 적응을 못한다는 점이다.


먼지야 이사 먼지가 계속 공기 중에 떠있다가 내려 앉으면서 쌓이고 쌓인다 해도, 몸이 적응 못하는 건 정말 힘들었다.


이사와서 내내 일어나자마자 하루 종일 두통에 시달렸다. 평소에는 가끔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몸이 안 좋거나 신경 쓰이는 일이 있을 때 편두통이 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뒷머리 양 옆 전체로 약간 조이듯이 뻐근한 두통이었다. 머리가 아프니 소화도 안 되고, 소화가 안 되니 머리가 더 아픈 악순환이었다.


몸이 아프니 해야 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누워도 괴롭고 앉아도 괴롭고 서있어도 괴로웠다. 내성 생기고 파킨슨 병 같은 부작용이 생길까봐 약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명확한 원인을 모르니 약을 아무거나 먹을 수 없었다.


그러더니 오늘 몸이 드디어 좀 적응을 했는지 오늘은 아프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씻었을 때 머리가 찌릿 아프긴 했지만, 그 후로는 멀쩡했다. 밥 먹고 나서도 체한 것도 없고 지금도 아주 멀쩡하다. ㅎㅎ


예전에 어느 기사인가 연구 결과에서 본 적이 있는데, 고층에 사는 사람들은 소화불량을 자주 호소한다고 한다. 저층 사람들은 어디가 많이 아프다고 들었는데 그건 기억이 안 난다. 당시 내가 고층에 살았을 때 본 기사 같다 ㅋㅋㅋㅋㅋ 관심있는 것만 봄ㅋㅋㅋㅋㅋ


두통이 고층 때문인지 아니면 새로 인테리어를 해서 거기서 나오는 특유의 냄새와 먼지, 호르몬 물질 등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둘 다 같은데 아직도 집에 들어오면 새집 특유의 냄새가 나니까.


이사 와서 좋은 점도 있고 불편해진 점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 가족의 새 집이 되었으니 적응하고 사랑해주며 살아야지. 아직도 옛집이 눈에 많이 밟히고 지나다닐 때마다 아련한 씁쓸함이 혀 끝에 남아있지만 언젠가는 괜찮아질 것이다. 언제까지고 그 집에서만 살 수는 없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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