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바꿔말하면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결과만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난 과정과 결과 중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지만 타인에게는 결과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본인은 비록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지라도 그 과정 속에서 얻는 것이 분명 있다. 누군가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무형의 무언가를 얻는다. 교훈, 성취감, 깨달음, 의지, 감... 같은 긍정적인 것부터 패배감, 우울감, 무기력증, 자기혐오, 열등감, 고독...과 같은 부정적인 것 모두....... 

하지만 자신을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은 그것을 알지도 보지도 못하며,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했느냐, 못 했느냐이고 승자에게는 찬사를, 패자에게는 야유를 보낼 뿐이다.


인간은 자신의 판단을 합리화하는 존재다. 자신이 보았을 때 미덥지 않았더라도 결과가 좋으면 그 결과에 판단의 과정을 끼워맞춘다. 쟤가 겉보기에는 ~해보여도 사실은 ~라더라, ~랬더라 하며 그 사람의 비범한 점이나 남들과는 차별화된 무언가를 어떻게 해서든지 찾아내는 것이다. 

반면 결과가 좋지 못했으면, 9가지를 잘했더라도 1가지 못한 점을 들어 그 사람이 실패한 이유를 줄줄이 늘어놓는다. A와 B 두 명이 있는데 A는 성공했고 B는 실패했다면 그 둘의 성과가 과거에 어땠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A가 B에 비해 학창시절 혹은 성장과정 동안 뒤져있었을지라도 결론적으로 A는 성공했고 B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B의 실패 이유를 어떻게 해서든지 찾아내고 분석해 친절하게 읊어준다. 조언, 충고, 훈계 등의 형식을 빌려.


한고조 유방과 초나라의 항우를 보라. 유방은 젊었을 적 시정잡배에 불과했고 왈패들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항우의 실수를 기회삼아 야금야금 항우의 땅을 먹어치웠고 마침내 역발산 기개세의 항우를 자결하게 만든다. 일개 시정잡배였지만, 마키아벨리의 표현을 빌리면 '여우같은 군주'였던 유방은 한고조가 되어 사서에 이름을 남겼다.


어쨌든 타인의 눈에 중요한 것은 오직 결과 뿐이다. 결과에 자신의 판단을 끼워맞춘다. 그러니 결과가 좋던가, 좋지 않다면 타인의 평가는 무시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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