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는

2015. 3. 19. 00:23 | Posted by 도유정

길을 잃은 것 같다.


내 안에서 항상 내 앞을 비춰주던 열정이 점점 식어가고

이제는 내가 무엇을 위해서 사는 건지 내가 뭘 정말로 하고 싶은지조차 모르겠다.


가족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데

나는 지금 나 자신조차 나에게 실망하고 있다.


내가 나를 부끄러워하는데 누가 나를 사랑하고 아껴줄까? 내가 나를 한심하다고 여기는데 누가 나를 존중해줄까?


막연히 오늘을 살기에 급급해진 순간

깊은 고민은 내일로 미뤄버리고 의미없는 오락에 나를 내던진 순간부터

내 삶은 천천히 어긋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 조차도 눈치채지 못하는 아주 느린 속도로, 그러나 분명하게


밀려오는 현실에 미처 마주할 시간도 없이 그저 닥쳐오는 파도에 허우적대듯 떠밀려 왔고

어느날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시간이 흘러있었다, 아주 빠른 속도로


정작 나는 하나도 변한 것 없고 자란 것도 없는데

시간은 무서운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사람이 성장한다는 것은

그저 막연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수많은 경험과 감정의 교차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매일의 삶이 똑같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하면서

정작 오늘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 모순적인 감정


나아가야할지 옆으로 틀어야할지 아니면 한 발짝 물러서야 할지 몰라 주춤하는 사이

기회는 나를 앞질러 쏜살같이 달려나가는 것 같고

나는 제 자리에 주저 앉아 어쩔 줄 몰라하는데

내 주위는 다들 바쁘게 앞을 향해 뛰어가는 것 같다


모두가 달려가는데 그 자리에 멈춰서있는 것은 퇴보다

발전하지 않는 것이다

성장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올려다보는 하늘은 언제나 그대로인데

정작 하늘이 내려다보는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점점 자신감이 없어진다

막연한 불안감과 고통에 눈을 돌려 단편적 쾌락에 나를 던질 뿐

가끔 시리게 깨닫는 현실에 몸을 일으켜 어디로든 뛰어보려 하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가 없다

나는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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