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사정이 있어도


내가 정말로 필요로 할 때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결국에는 내 곁에 있어준다고 요새 생각하고 있다.


다들 자기가 바쁘고 자기 할 일 하느라 친했던 사람들도 연락이 드문해지고 만나기는 더 힘들다. 문자를 해도 제대로 안 읽고 답장도 며칠 후에나 하니까 먼저 말 걸고 싶지도 않고 연락이 아예 안되는 사람은 그냥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다들 자기 앞가림하기 바쁘다지만 그 와중에도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진짜 내 곁에 오래 남아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가끔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의 친한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후순위로 밀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다. 내가 아무리 그 사람의 가까운 사람이 되려고 다가가려고 해도 그 쪽에서 먼저 밀어내고 금을 그어버리는데 더 이상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기분이 드는 건 언제 느껴도 불쾌해지는 경험이다.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를 새로 만나고 마음을 터 놓는 게 정말 힘들어진다는 생각을 계속 한다. 내 옆에 남아있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서 멀어지는 경우도 있고..... 갈수록 친구의 바운더리가 좁아지는 것 같다. 내가 잡고자 해도 그 쪽에서 떠나는 경우도 있고, 내가 먼저 떠나갈 때도 있고...... 새로 만나기는 어렵고 떠나가기는 이렇게 쉽구나.


내가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만큼 그 사람이 나를 생각하지 않을 때 드는 섭섭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 사람은 내가 많이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쪽인데, 나는 그 사람의 수많은 아는 사람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내 자신이 비참해지고 수치심이 든다. 나 자신한테 화가 나기도 하고.


그게 그 사람의 성향이니 이해한다는 건 나에겐 사실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몇 번의 기대와 좌절, 속상함과 자기혐오가 반복되다보면 자포자기하게 된다. 그 사람이 원래 먼저 연락을 안 하는 편이고 자주 만나는 편이 아니니 이해하라고? 나는 이해한 게 아니라 포기한 거다. 그리고 점차 마음 속에서 그 사람을 지워나가기 시작하고. 만나도 그만, 안 만나도 그만. 그렇게 소원해지다 멀어지는 거고.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가 정말로 필요로 할 때 옆에 있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야말로 내 곁에 오래도록 남아줄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야지. 가장 쓰리고 아픈 건 투자할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에게 내 애정과 정성과 시간을 투자했다가 상처입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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